64세 은퇴 여성의 멕시코 사막 '산악 자전거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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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몇 개월간의 정주를 위해 멕시코 라파스 로스 올리보스(Los Olivos) 마을로 이사 온 직후 우리가 머무는 동안 자전거를 빌릴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이웃 자전거 수리점을 방문했다. 세르히오(Sergio)와 마릴루(Marilu)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이 동네에 3, 4개월쯤 머물 예정입니다. 그동안 탈 수 있는 자전거가 있을까요?"

우리의 물음에 세르히오 씨가 말했다.

"중고자전거는 빌리는 거나 사는 거나 비용은 비슷합니다. 싸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에게 기증된 자전거가 한 대 있습니다. 바퀴 사이즈가 작고 오래된 자전거이지만 원하시면 낮은 안장은 조절해 드릴게요. 대신 무료로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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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로 처음 이사 온 날, 동네도 사람도 모두 낯선 곳에서 심성 고운 부부를 만난 것이 자전거를 얻게 된 것보다 더 안심이었다. 세르히오씨는 MTB 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부부가 함께 MTB클럽인 게레로스 데 오스 사이클링 클럽(Club de ciclismo Guerreros de Dios)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저녁 5시부터 몇 시간씩 사막 산을 달리는 그 클럽의 활동에 참여했다.

아내의 참여로 8세부터 25세까지였던 멤버들의 나이 영역이 64세까지로 확장되었다. 아내는 빌린 자전거로 MTB 훈련에 참가하고 나는 트랙이 있는 주변 산들을 트래킹 했다.

짧게는 수 km에서 길게는 100km가 넘는 트랙까지 라파스 주변 사막산에는 MTB 트랙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MTB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서 저녁시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막산을 달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냈다.

이 클럽에서는 라파스의 각기 다른 지역에 위치한 4개의 트랙을 날짜별로 달리해서 달렸다. 아내는 바위와 거대한 선인장들 사이로 난 좁은 트랙을 달리는 것에 매료되었다. 내게도 홀로는 올 수 없는 사막 산에서 라파스만 너머로 지는 노을을 감상하며 걷는 것은 매 순간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찬란하지를 증언하는 장엄한 세리머니였다.

감정이 격해지는 감동의 순간에는 종종 발길을 멈추었다. 노을이 박명으로 바뀌고 도시의 불빛이 밝아지는 모습을 내려보는 것에 완전히 마음이 홀렸다. 달빛을 따라 산을 내려와 다시 도시로 돌아오면 마치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을 여행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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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 청소년들 중에는 장래희망이 MTB 선수인 이들이 여럿이었다. 아내는 다리와 얼굴에 매일 상처가 늘어갔지만 산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에 6일을 달리는 훈련에 참여한 지 두 달이 넘었을 때 세르히오씨가 말했다.

"민지! 이번 달 4번째 일요일에 MTB대회가 있어요. 민지도 함께 참여해 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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