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님 러시아 여인들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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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서핑'의 호스트가 되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프로필의 내 상태를 'Accepting Guests'(손님 받아요)로 바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첫 게스트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 첫 손님은 러시아에서 온 두 여성. 키가 크고 얼굴이 환한 두 여인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 있었지만 약속한 시각을 맞출 수 있었다는 안도감이 커 보였다. 호스트와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한 그들의 모습에 우리의 동거가 꽤나 기분 좋게 흘러가겠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이내 잠을 청해야 하는 우리는 얼른 방과 화장실, 먹을 물 등을 안내하고 '굿 나이트'를 알렸다.

둘째 날 아침엔 아예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힘 뻗치는 여행객에게 밤 아홉 시까지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열 시가 되면 문을 걸어 잠그는 모 대학 기숙사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아이를 재우고 일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내가 자고 있지 않아 약간 놀란 기색이었지만 이내 우리는 식탁에 앉아 누구는 맥주, 누구는 녹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의 대화에는 편견이 없었고 벽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에는 호기심이 있었고 응원과 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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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 "러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좀 불안하지 않았어? 외국에선 러시아라고 하면 다들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더라고."

나 : "유튜브에 'South Korea에 여행 간다 했을 때 엄마의 반응'이라고 찾아봐봐. '한국? 너 붙잡혀 가는 거 아니니, 거기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데!'라면서 벌벌 떨어. 딸이 좀 과장해서 만든 영상이겠지만 어떤 나라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진 않는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난 너네가 러시아에서 왔든 중국에서 왔든 아무 상관이 없었어."

게스트 : "어, 맞아! 러시아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야. 뉴스에서 말하고 보이는 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크게 관계가 없을 때가 많아. 우린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거든. 세계 어딜 가봐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하잖아. 환경이 좀 다를 뿐이지."

나 : "어쩌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어? 혹시 BTS 팬이야?"

"하하, 팬은 맞는데 그거 때문만은 아냐. 사실 내가 한동안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던 때가 있었어. 그때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 그 이야기에 묘하게 힐링을 얻었어. 그래서 그때부터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

게스트 : "어떻게 아이가 있는데 이런 걸 할 생각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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