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 자동차... 살림 다 팔고 세계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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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첫 번째 손님, 두 러시안 여인은 깔았던 요를 단정히 정리하고 덮었던 이불의 커버를 벗겨 한편에 얌전히 두었다. 다소 투박한 여행을 즐기는 '카우치 서핑'의 게스트가 들고 난 자리라 하기엔 더없이 고요하고 깔끔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이전 기사 : 첫 손님 러시아 여인들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https://omn.kr/28xrw] 

난 그들의 이름과 국적, 어떤 여행을 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카우치 서핑'이라는 커뮤니티에 기대어 낯선 여행객을 '신뢰'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그들은 내가 예상치도 못했던 또 한 겹의 단단한 '신뢰'를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품 안에 들어온 기분 좋은 신뢰에 한껏 웃어보며 두 번째 손님을 맞을 빨래를 번쩍 안았다.

손님의 기준은, 내가 만나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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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우리 집 두 번째 손님은 무려 집 팔고 차 팔고 모든 살림 다 팔아 세계 여행 중인 독일에서 온 부부였다. 첫 번째 손님을 맞은 이후로 꽤 많은 호스팅 요청이 오는데 그것을 보고 요청을 수락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은가'이다.

요청 메일을 보낼 때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지금 어떤 여행을 하고 있고 나와 만나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적는다. 난 그 사람의 프로필에 들어가 그동안의 카우치 서핑 히스토리도 볼 수 있고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이 부부는 아쉽게도 카우치 서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남긴 레퍼런스는 없었다. 하지만 독일 집의 모든 것을 팔고 세계 여행을 시작했다는 말에 덜컥 수락을 눌렀다. '이 사람들, 만나보고 싶다!'

'카우치 서핑'의 호스트가 되면 이리저리 떠도는 여행객에게 방을 하나 '공짜로' 내줘야 한다. 굳이 안 써도 되는 방 하나 정리해서 내주고 나면 의외로 내가 얻는 것들도 많다. 기대한 게 없기 때문에 갑자기 하늘에서 콩고물이 떨어지는 셈이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콩고물 받아먹기 바쁜데 그 와중에 가장 달콤한 맛은 바로 '방구석 세계여행'이란 녀석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일상을 살아보는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때로는 하릴없이 무작정 쉬는 게 전부인 리조트 여행도 꿀맛이지만 왜인지 금방 지겨워진다.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그 나라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에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제일 좋고 아니라면 말 한 마디라도 해보고 싶다.

이 나라도 궁금하고 저 나라도 궁금하고 여긴 무얼 먹고 사는지 저긴 무슨 놀이를 하는지 이 사람들은 쉬는 날에 뭘 하는지 저 사람들은 데이트를 어디서 하는지 궁금한 게 많아 배가 고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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