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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로 아틀라스산맥을... 9살 아들은 지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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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 '"매일 봤어요"... 좀도둑 많다던 스페인서 감동한 사연'(링크)에서 이어집니다.

아들과 함께 스페인을 떠나, 모로코 카사블랑카 시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직원은 호텔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고 했다. 분명 '예약확정서'까지 받았는데도, 예약 과정의 오류 때문인지 예약은 안 됐다는 설명이다.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여행사 직원과 호텔 직원을 서로 통화하게 했지만, 실랑이가 계속 이어졌다. 

기다리다 못해 호텔 직원에게 빈방이 있는지 물었고, 다행히 빈방이 남아 있어 비용을 새로 지불하고 밤 11시가 넘어 간신히 체크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홉살 아들이 곤히 잠들어있던 새벽 내내 나는 여행사 직원과 환불 및 사후 처리 내용을 협의하느라 잠을 설쳐야 했다. 결국 아침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근처 마트에 가서 간단한 비상식량과 음료를 사고 마라케시로 향했다. 

모로코는 사막과 바다 그리고 만년설이 덮인 아틀라스에 다양한 문화유적까지 갖고 있는 다채로운 나라이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일주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여행하기로 해 그중 가장 유명한 사하라(Sahara)와 야시장으로 유명한 마라케시(Marrakech), 그리고 9천 개의 골목을 가진 도시 페스(Fes) 3곳에 가 보기로 했다.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까지는 고속도로도 있고 도로 상태가 좋아 3시간이 채 안 걸려 도착했다. 하지만, 호텔에 가까워질수록 시내는 길이 점점 좁아졌고,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제마 엘프나 광장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중심가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는데 호텔 주변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관광객도 호객꾼도 넘치는 나라... 팁 당당히 요구하는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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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가 멈추자,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현지인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왔다. 다가온 현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기부터는 길이 없다며 자기가 안내해 준다고 했다. 길 안내를 부탁하면 당연히 팁 요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어차피 지도로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 도움을 받기로 하고 한 청년에게 안내를 맡겼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자 청년은 예상대로 팁을 요구했다.

내가 고맙다고 말하며 1유로짜리 동전을 주자 청년은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한테 10달러는 돈도 아니잖아요. 10달러 주세요."
 
당시 현금이 없기도 했지만, 모로코 현지 물가(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국민소득 3,300달러)를 생각할 때 우리 돈 1,400원 정도 하는 1유로짜리 동전도 팁으로 적은 편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웬걸, 현지인들은 겨우 200m 길 안내 대가로 우리 돈 1만 3000원 정도를 팁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숙소 벨을 눌러 직원을 부르려 하자, 청년의 다른 일행들이 우리 부자를 둘러싸고서는 협박하듯 다시 말했다.
 
"10달러만 주세요. 당신들 돈 많잖아요."
 
나는 웃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 돈 없어요. 이거 드릴게요."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아 2유로를 청년의 손에 강제로 쥐여 줬다. 그러자 그 청년은 됐다며 다시 동전을 돌려주고 그냥 가버렸다. 오히려 그 돈이라도 주려 했던 내 손이 무안해졌다. 청년과 일행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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