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봄날, 민물가마우지에게 닥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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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새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지난 2월 말에는 한강 수면 위를 새카맣게 뒤덮은 물새들을 보았다. 겨울철새인 흰죽지, 물닭 등이 재갈매기들과 한데 어울려 노닐고 있었는데,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그렇게 많은 새 떼는 그때 처음 보았다.
어디서 한꺼번에 그 많은 새들이 한강으로 날아들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지없이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 새들이 잔잔한 수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푸른 하늘 위를 떼지어 날아가는 광경도 장관이었다.
한강에서는 요즘 어딜 가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한강을 북적이게 만드는 게 비단 사람들뿐만은 아니었다. 한강이 온갖 동새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세상 참 얄궂다. 철새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사가 허공중을 부유하는 먼지만큼이나 가볍다. 어떻게 보면, 참 간사하기 짝이 없다. 언제는 한강에서 새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탄을 하더니, 이제는 새들이 너무 많아 골치라는 소리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강으로 날아드는 철새들
한강은 한때 '죽음의 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 시민들이 날마다 쏟아내는 생활하수로 한강이 심하게 오염됐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한강 개발도 한강을 생물이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모래사장과 습지가 사라진 곳에서 심한 악취가 풍겼다.
강물 속이 한치 앞이 바라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탁해졌다. 산소가 부족한 강에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물고기들이 흰 배를 드러낸 채 검은 수면 위를 둥둥 떠다녔다. 그랬던 강이 언제부턴가 다시 여러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강의 수질이 좋아지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도 한강을 그렇게 깨끗한 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한강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떠다니며 연신 자맥질을 하는 철새들이 그런 사실을 말없이 입증한다.
한강의 생태 환경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면서 늘기 시작한 철새들 중에 하나가 '민물가마우지'다. 10여 년 사이에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민물가마우지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 중의 하나로, 원래 서식지는 연해주나 사할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민물가마우지가 계속 늘고 있어,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들이 늘어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기후변화가 한몫했다. 기후가 변하면서, 철새들이 굳이 위험천만한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면서 원래의 서식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철새인 민물가마우지가 텃새로 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국에서는 특히 먹이가 풍부하고 독수리 같은 천적을 찾아보기 힘든 점이 텃새가 되기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금은 한강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든 민물가마우지를 볼 수 있게 됐다.
한강에서는 서강대교가 가로질러 지나가는 밤섬이 민물가마우지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서식지 중에 하나로 꼽힌다. 한때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철새를 이제는 가까운 한강에만 가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됐으니, 박수라도 칠 법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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