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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절대 나가면 안 됩니다" 멕시코 이웃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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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서부 바하칼리포르니아의 반도 남단인 라파스를 100여일 째 여행중이다. 지난 4월 1일 이사를 했다. 이사 후 보름을 이곳에 살아보니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계량화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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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집 아저씨는 우리보다 먼저 'Hola'를 외쳐준다. 옆집 청년은 이웃집에는 누가 살고 그 이웃집의 이웃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설명해 준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물 배달 아저씨는 우리 집에도 멈추어 필요를 묻는다. 이웃집 할머니가 자신의 정원에 핀 재스민 꽃 가지를 꺾어 아내에게 선물했다.
 
이곳은 멕시코 시골과 도시의 중간 어디쯤의 정서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함께 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살피고 느껴보기 위해 여행자와 정주자의 경계를 살아보기로 했다. 여행지의 역사문화유적을 통한 과거의 삶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래의 역사가 될 바로 이 시간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살아보는 것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곳 체류가 길어지게 된 것은 옥스나르라는 숙소주인 때문이다. 단지 며칠 밤의 유숙을 위해 머물렀던 집에서 대화가 많아지다 보니 옥스나르의 여러 사정을 알게 되고 옥스나르는 우리에게 손님 이상의 정을 주었다. 우리는 바하칼리포르니아 최남단까지의 종주를 끝내고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왔고 그는 영업용 게스트룸 대신 리뉴얼 중이던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자신은 여동생이 사용하고 있는 본채의 다른 방을 사용했다.
 
여동생과 부엌과 샤워룸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동생은 아버지가 달라 성장기를 함께한 적이 없고 공부를 각기 다른 도시에서 마치고 일 때문에 함께 살게 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두 사람의 불편이 더 크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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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행장을 꾸리려 할 때 옥스나르는 몹씨 서운해하며 이웃한 곳에 월세집을 구해보겠다며 자신의 영업공간을 내어주었다. 하지만 체류만료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우리의 특수한 처지에서 방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소 6개월 이상 주거에 보증금을 필요로 했다. 떠나기 전날, 비로소 다른 집을 구했다고 했다.
 
함께 트레킹을 했던 세로 아뜨라베사도(Cerro Atravesado) 산에 훨씬 가까워진 곳으로 옥스나르 집에서는 2.5km, 걸어서 40여 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이 집은 2층 양옥의 1층 단칸방으로 최근 에어비앤비 숙소로 활용하기 위해 새롭게 방을 단장한 곳이다. 방은 넓었지만 장기적 체류에서 필수적인 주방시설이 없었다. 주인과 전기스토브를 사용한 조리를 허락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옥스나르는 자신의 방에서 우리가 사용하던 집기 일체를 실어다 주었다. 전기스토브뿐만 아니라 냄비와 접시, 아이스박스, 책상과 의자까지... 이사를 마친 첫날밤 메시지가 왔다.
 
"문은 꼭 잠그세요. 밤에는 절대 나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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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매일 밤 안부를 묻는다. 물론 자주 집으로 찾아온다. 돌아갈 때는 꼭 자신이 우리의 부모가 된 것처럼 말한다. 자신도 살아보지 않은 이 지역에 대해 그는 우리보다 더 안전을 염려한다. 그러나 그곳의 내부자가 되어 그곳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익히고 나면 안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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